
유럽여행 중, 바티칸 미술관에서 팔다리가 잘린 채로 발굴된 조각상 '토르소'를 감명깊게 봤다. 몇 년 후에 누드 드로잉을 할 일이 생겨서 토르소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먹과 아크릴을 사용했다.
이게 바로 바티칸 미술관에서 본 토르소. 당시에 이 조각상이 발굴되었고, 당대 최고의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에게 공식적으로 복원 작업을 맡긴다. 한마디로 팔 다리를 니가 알아서 붙여달라는 제안이었다. 미켈란젤로는 거절한다. 뭐하러 복원해? 이 자체로 완벽한데! 라면서..
팔 다리가 잘려서 더 인간의 몸뚱아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더 상상하게 되고, 더 오래 보게 된다. 미켈란젤로의 결정은 탁월했다.
나도 몸뚱아리만 그려보기. 자질구레한 건 다 패스하기.
인간의 신체가 가지고 있는 감각 덩어리만 묘사해보기.
눈 앞에 보이는 모델을 먹을 이용해 대강 적신 뒤에, 마르기 전에 빠르게 아크릴 물감으로 뼈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렸다.
토르소. 어감이 마음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