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두 시대의 예술











로마에서 베를린까지

두  시  대  의  예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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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로마인들이 만든 최초의 도로, 아피아가도를 3시간동안 걸었다. 괜시리 나의 미래에 관한 계획 혹은 자아성찰같은 것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국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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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장치 인형처럼 그냥 걸었고 뚫린 눈으로 앞을 보았을 뿐 아무 감정도 생각도 상념도 사건도 없었고 설령 그런게 있었다 한들 기억나질 않는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으며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또 그런 것을 스스로 판단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 경험은 아마도 곧 이미지로서만 내 무의식 속에 들어가 영원히 회상되는 일 없이 맴돌지도 모른다. 나는 텅 비어 있었다.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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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은 고대와 현대가 갑작스레 섞이는 듯한 참 이상하고도 묘한 기분이 든다. 로마에서는 반팔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콜로세움을 보았는데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만에 독일에 도착하니 패딩점퍼에 목도리, 털 모자를 쓴 사람들이 보인다. 춥다. 여름이었다가 겨울이고, 고대에 시간이 정지된 듯한 로마에 있다가 갑자기 차갑고 바쁜 현대적인 도시 베를린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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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페르가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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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아트페어



베를린 안에서도 타임머신을 타듯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했다. 오전에는 페르가몬 미술관에 들러 헬레니즘 시대의 신전과 조각들을 감상하고 갑자기 2천년 이상을 훌쩍 뛰어넘어 오후에는 동시대미술, 베를린 아트페어를 관람한다.

오전에 집단이 만들어낸 한 시대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았다면 오후에는 모래 알갱이처럼 파편화된, 방황하는 개인들의 우울한 내면세계를 본다. 전자의 예술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어서 어디든 정복해버릴만한 집단의 외향적인 힘이 뿜어져 나온다면, 후자의 예술은 허무주의적 감성의 끝에서 발악하거나 체념하는 개인들에 의해 세기말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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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집 앞에 혹은 뜬금없이 길바닥에 금속 패가 길에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알고 보니 2차대전 때 독일이 유태인들에게 벌였던 학살을 스스로 속죄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한다.

학살당한 유태인들이 생전에 살았던 곳에 이렇게 표식을 해놓거나, 집이 아예 없어진 경우에도 그 장소에 이렇게 설치했다고 한다. 과거를 절대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와 너무 비교되었다. 음.. 베트남 전쟁에 파견되어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켰던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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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의 그래피티를 감상하러 갔다. 정식 명칭은 East Side Gallery 인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그 기념으로 판문점 벽에 @aruka님 같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평화의 그래피티를 남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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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을 걷다보니 한쪽 귀퉁이에 Wall on Wall 이라는 특별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여전히 세계 각국에 존재하고 있는 분단의 상징, 격리의 상징인 '벽'이 주제였다. 벽이란 경계를 나누는 일이며 비극적인 역사를 대변한다. 당연히 전시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의 판문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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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여전히 세계 각지에 굳건하게 존재하는 '벽'들을 주제로 전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었다.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하니 갑자기 베를린 시민들이 부러워졌다. 이 포스팅을 하면서 남측 가수들이 북쪽에서 했던 공연이 떠오른다. '라구요'를 부르던 강산에의 눈에 맺힌 눈물이 생각난다. 우리도 서로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날이 올까? 빨리 오길 바란다.




타이틀 디자인 @kyu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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